장기화된 이라크 전에 따른 미군의 변화
0. 들어가기에 앞서
최근 미군이 치루고 있는 이라크전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2008년 4월 초, 이라크 남부의 바스라에서 이라크 정부군과 마흐디 민병대가 정면충돌한 것이죠. 마흐디 민병대는 친미 정부에 반대하는 저항 세력 중 하나로 시아파 종교 지도자인 알 사드르를 리더로 하는 무장 단체입니다. 이들 병력은 무려 1만 6천명으로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죠. 이에 이라크 정규군은 3만 명을 동원하여 이들의 주둔지인 바스라를 공격한 겁니다.
 [바스라 시내를 행군하고 있는 마흐디 민병대]
사실 이 공격은 미국이 깔아 놓은 멍석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라크 군이 성공적으로 저항 세력을 분쇄할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 다음, ‘자, 우리 애가 이렇게 많이 컸어요. 그러니 전 집으로 돌아갈 거예요. 그럼 여러분 안녕’ 하려는 속셈이었죠. 이라크 철군을 위한 하나의 포석이었던 겁니다. 이런 명분을 위해 미군은 항공지원을 제외한 일체의 도움을 주지 않을 작정이었습니다.
 [승리의 알 사드르] [지못미 탈라바니(이라크 대통령)]
결과는? 대실패. 정부군은 민병대를 제압하지 못한 체 휴전 협정을 맺어야 했습니다. 마흐디 민병대는 별다른 피해도 입지도 않았으며 무기 등 장비도 대부분 보전한 체 성공적으로 바스라를 빠져나갔습니다. 심지어 일이 영 아니게 돌아가자 미군이 직접 개입했음에도 대세를 뒤집진 못했죠. 이 사건은 이라크 정부의 위신을 맨틀 층까지 파고들게 만들었으며 알 사드르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덤으로 미국은 발을 빼기가 더더욱 뻘줌해져 버렸고요.
[미군도 나름대론 열심히 했지만....: 마흐디 민병대 용의자들을 구속하고 있는 미군]
2003년 3월 20일 시작된 이라크전은 공식적으론 2003년 5월 1일 끝났습니다. 중동에선 그래도 한 딱가리 한다는 이라크 정도의 군사적 강국을 상대로 불과 두 달도 안 돼 수도까지 쓸어버리곤 통치권을 꿀꺽 해버린 것이죠. 이때만 해도 미국은 장밋빛 꿈을 꿀 수 있었습니다. 이제 뒤처리만 적절히 하면 중동은 팍스 아메리카나의 기치 아래에서 재편성 될 것이며 이는 미국에게 정치, 경제, 군사 면에서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후 이라크 장악에 있어 미국은 두면 안 될 거의 모든 악수를 두어 버렸고, 끝없는 게릴라전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곤 5년 뒤, 여전히 미국은 ‘뒤처리’ 중이며 앞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중입니다.
 [항공모함 에이브럼 링컨에 착함한 부시 대통령. 이때만 해도 길어봤자 3년 정도면 뒤처리가 끝날 것이라 여겼음]
이런 장기간의 전쟁이 미국에게 여러 가지(그것도 별로 좋지 않은 면으로) 영향을 끼쳤음은 분명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 중에서도 특히 군사적인 면, 즉 미군 자체와 그 시스템이 어떤 영향을 받아 어떻게 변모했는지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인명 피해의 증가와 그에 따른 병력운용의 심난함
2008년 4월, 이라크의 미군 전사자는 4000명을 넘겼습니다. 2차 걸프전에서의 전사자가 105명(그 중 1/3은 사고나 아군 오발이었습니다)이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전사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정식 전쟁이 아닌 종전 선언 후 비정규전 와중에 희생된 이들 입니다. 여기다 부상자수는 29만 여명. 그 중 절반이 불구 등 중상입니다.
 [도버 공군기지에 운구 된 이라크 전 전사자들]
이런 숫자로만 보면 어느 정도 피해인지 잘 감이 안 올 수가 있습니다. 막연히 많다....라고는 해도 이 정도 피해가 미군에겐 어느 정도로 부담을 주고 있을까요? 우선 다음 표를 보세요. 베트남전에서 미군의 인명 피해와 종전 후 이라크에서 미군의 피해를 비교해 놓은 것입니다.

일단 전사자 숫자만 보면 이라크 전은 베트남전에 비해선 피해가 훨씬 적은 듯합니다. 하지만 주둔군의 숫자와 주둔 기간을 볼 때 그렇게 단정 지을 순 없죠. 병력이나 기간 모두 이라크전이 베트남에 비해 1/3에 불과하니까요. 거기다 베트남은 이라크에 비교하면 정규전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이라크전은 거의 대부분 게릴라에 의해 당한 겁니다.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부상자 숫자입니다. 훨씬 적은 기간과 병력에 저 강도 전투에도 불구하고 부상병 숫자가 베트남전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전 같으면 전사했을 경우도 방탄복이나 의료장비 등의 발달로 부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베트남 전 같으면 전사자로 들어갔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서 볼 때, 이라크의 인명 손실은 베트남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긴 힘듭니다.
 [베트남전 전사자들]
베트남전과의 비교를 떠나서 4천명의 전사자와 29만 명의 부상자라는 손실은 미군에게 병력 부족이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대단히 심각하게요. 현재 미군의 현역병 숫자는 52만 명입니다. 주 방위군과 예비군까지 합해도 100만 밖엔 되질 않아요. 그런데 작년에 부시 행정부가 무리에 무리를 거듭해서 이라크 주둔 병력을 나름대로는 크게 늘렸습니다. 그게 16만 명입니다. 이 숫자는 말아먹고 있는 전황을 호전시키기에는 대단히 부족한 병력이면서 동시에 미군에겐 감당하기 힘든 병력편중이기도 합니다. 미군이 운영해야 할 해외 기지가 한두 군데가 아니며 아프가니스탄전도 수행하고 있는 데다 북한이나 이란 등을 상대로 한 전면전의 가능성을 대비해 가용병력을 확보해 두어야 하는데 현역병 중 1/3을 하나의 전장에 때려 박아 놓고 있으니 곤란하다는 것이죠. 장래 있을지도 모르는 돌발 상황에 미국이 대처할 수 있는 여지를 군사적 면에서 크게 까먹고 들어가는 겁니다.
 [한국에서 이라크로 차출된 2사단 2여단 소속 미군들]
더 나쁜 것은 장기간의 해외 파병이 전력부족을 가져오며 그대로 군의 사기와 인력운영의 건전성을 말아먹고 있다는 점입니다. 16만 명의 이라크 주둔병 중 실 전투 병력은 몇이나 될까요? 놀라지 마세요. 불과 2만 여명입니다. 나머지 병력은 이들이 싸울 수 있도록 행정, 군수, 보급 등 후방 지원을 하는 병력입니다. 물론 그들도 수송 중 공격을 당하는 등 전투를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전투병과도 안심할 수는 없다 : RPG-7에 한방 먹은 수송트럭]
그래도 정면으로 이라크 민병대와 싸우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2만 여명의 전투병과 병력입니다. 그리고 미군이 입는 피해의 대부분은 전투병과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이라크 전은 사실상 2 만 명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피해도 이들이 다 뒤집어쓰고 있다는 것이죠. 덕분에 미군은 현재 이들 전투병력을 충원 하느라 머리에 쥐가 날 지경입니다. 그렇다고 행정병을 전투병과로 차출할 수는 없습니다. 군에 행정 병력은 장식이 아닙니다. 이들이 없으면 미군은 총도 한방 못 쏘고 전멸입니다. 행정병을 전투병으로 만든다 해도 어차피 다시 행정병을 뽑아야 합니다. 거기다 애시 당초 행정 쪽으로 지원한 병력이 전투병으로서 얼마나 잘 싸울 수 있을 까요? 새로 신병을 받는 것도 문제입니다. 장기간의 이라크 전 때문에 미군의 인기가 바닥에 떨어져, 안 그래도 부족한 신병이 더더욱 가물어버렸습니다. 이라크에 보내기 위한 신병 모집률은 목표치의 30%를 밑도는 것이 현실입니다.
[간지 작살! 미 공군 모병 광고]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요? 병력 돌려쓰기죠. 윗돌 빼서 밑에 돌 괴는 겁니다. 이라크 전 초기만 해도 대부분의 전투 병과는 1년간 이라크에서 복무하면 그 이후로는 다시 이라크에 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1년간 복무한 후 그 다음 1년은 비전투지역에서 확실히 복무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엔? 십중팔구 이라크에 갑니다. 대부분 2번은 파견되며 심지어 3번째로 파견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아요. 용케 이라크를 피했다 쳐도 마찬가지로 짜증나는 곳인 아프가니스탄이 환영해 줍니다.
 [Welcome to Afghanistan!]
생각해 보세요. 4년, 혹은 5년간의 의무 복무 기간 중 전사나 불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라크에서 적어도 2년, 재수 없으면 3년간 목숨 걸고 전투를 해야 한다니, 이처럼 밥맛 떨어지는 시츄에이션이 어디 또 있을까요? 당연히 이들의 사기는 바닥을 쳤습니다.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가 바로 탈영병의 증가입니다. 현재 이라크 전 이후 미군의 탈영병은 4700 여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전의 9만 명을 생각하면 비교적 적은 숫자이긴 합니다. 아무래도 지원병인 만큼 징집병 보다 훨씬 탈영을 덜하지요. 하지만 2003년 당시 미군의 탈영병 숫자가 1000명도 체 안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불과 몇 년 만에 5배 가까이 숫자가 늘어난 것이니까요. 모병제 국가에서 이런 현상은 굉장히 심각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엔 없는 것이 미군도 이런 탈영병들을 매몰차게 혼내 줄 순 없다는 겁니다. 안 그래도 병력이 부족한 판에 이런 친구들이라도 얼레고 달래서 다시 군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겁니다. 체포된 탈영병이 실형을 사는 비율은 고작 6%, 나머지는 징계 정도만 받고 다시 군에 복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군은 전통적으로 타군에 비해 탈영에 관대했음 : 2차 대전 중 미군에서 탈영을 이유로 유일하게 군법재판으로 사형에 처해진 슬로빅 일병]
정리하면, 미군은 현재 병력의 상당 부분을 이라크에 주둔시키고 있으며 전투가 장기화되면서 병력의 피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전선을 담당하는 전투병과의 인력부족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커져 운용에 무리가 발생했으며 그로 인해 전투원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지고 있지요. 거기다 이런 사정이 밖으로 전부 알려지면서 군 지원자(특히 전투병과지원자)는 점점 줄어만 들고 있으니 새로운 병력 충원도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아직까진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전쟁이 더욱 장기화되고 지금과 같은 문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을 경우 미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2. 돈 문제, 그리고 프로젝트 학살
전쟁 시작 전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은 전쟁 비용이 600억 달러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백악관 경제담당 보좌관 래리 린지는 적어도 2000억 달러는 들 것이라고 추정했고 이런 ‘헛소리’를 한 대가로 린지 보좌관은 내쫓겼습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
‘불필요하게 비관적인’ 린지 보좌관의 의견보다도 상황은 훨씬 비관적입니다. 2007년도 말까지 미국이 이라크에 꼴아 박은 돈은 총 4천 7백억 달러입니다. 2007년도 미국의 국방비가 4500억 달러이며 1700억 달러가 이라크 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되었죠(기본예산에 700억 달러, 추경 예산으로 1000억 달러). 2008년도 미국의 국방 예산은 기본 예산이 5177억 달러입니다.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했으며 여기에 부시 대통령이 추경 예산으로 전쟁비용 1900억 달러를 요구했지만 의회는 우선 700억 달러만 승인하고 나머지 액수에 대해선 전쟁 진행 상황을 보아 그때그때 승인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그리고 5월 17일, 1625억 달러의 이라크 전비 지출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 하원에서 부결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다 돈 : 대당 30만 달러로 한번 계산해 보시라]
이러한 미국의 국방 예산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봐도 1951년 이후 최대 규모이며 911 이후 매년 10%씩 꾸준히 증가해 온 결과입니다. GDP의 4%를 훌쩍 뛰어 넘은 것이죠(4% 돌파 자체는 2006년도). 거기다 이라크 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을 합한 전비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베트남 전을 능가하게 되었습니다.
 [베트남 하늘을 수놓는 돈 덩어리들 : 사진은 기관포가 없는 전투기로 유명한 F-4J 팬텀]
미국의 1년 예산은 3조 달러. 전쟁 비용을 1500억 달러라고 놓고 봐도 예산의 5%에 기본 국방 예산에 대비하면 1/3입니다. 현재 미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가 2008년도 상반기에만 3천11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찍은 상태입니다. 이라크 전을 비롯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비용이 미국에 쎄리는 압박이 능히 상상이 되실 겁니다.
 [경기를 부양한답시고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로 세수를 축소한 주제에 전비를 흩뿌리고 다니는 얼간이]
이렇게 전쟁이 장기화되고 그에 따른 전비가 미친 듯이 증가한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예산 투입의 우선순위가 평상시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전쟁에 필요한 부분은 크게 증액시키는 반면, 전쟁에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곳은 과감하게 잘라 버리는 것이죠.
 [OICW : 20mm 지능형 고폭탄 발사기와 5.56mm 소총을 합친다는 야심찬 삽질. 대당 가격은 5만 달러를 까마득히 넘어갔고 결국 취소됨]
 <코만치 : 스텔스 헬기로 2004년에 양산될 계획이었으나 예산 문제로 취소]
 [크루세이더 자주포 : 그냥 팔라딘 쓰자며 취소]
 [차세대 보병 계획 : 전장에서 각 보병이 수집한 데이터를 다른 병사 및 지휘부에 디지털로 상호 실시간 피드백 시킨다는 야심찬 계획. 일단 보류 판정이지만 사실상 취소] ----> 정정 : 랜드 워리어 시스템 프로젝트는 재개되어 2007년 초 실전 테스트에 들어감. 지금까지 일선 병사들의 사용 소감은 '별로'라고
 [차세대 소총으로 채용이 거의 결정되었던 XM-8. ‘돈 없다능. 그냥 M4 쓰자능’ 하며 취소]
 [차세대 지원화기인 XM-307 자동 유탄 발사기. 이게 취소됨으로서 중기관총과 유탄 기관총을 대체하려는 계획이 어그러진 데다 차기 전투차량 시스템인 FCS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음]
문제는 당장 전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의 상당수가 미군의 미래에 치르게 될 지도 모르는 전쟁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2003년 이후 미군은 예산상의 이유를 들어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취소해 버렸습니다. 그 중엔 솔직히 진작 돈줄을 끊어 버렸어야 했던 것들도 제법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적지 않은 숫자가 ‘괜찮을까? 괜찮을까?’ 하는 읊조림이 튀어 나오게 만듭니다. 어떤 면에서 미군은 미래의 강군을 현재의 이라크 전 수행(그것도 열매도 알맹이도 없는 무익한)과 바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는 살아 남았다능 ㅋㅋㅋ]
3. 전쟁 교리의 변화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미군은 기본적으로 정규전을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육군의 경우 대규모의 야전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상정해 놓고 있지요. 즉, 상대도 이쪽과 마찬가지로 정규군이고 적과 아군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한 상황에서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며, 전술, 전략적으로 유리한 지점을 적으로부터 빼앗거나 지키기 위해 싸웁니다. 미국 입장에선 러시아나 중국 등 자신과 동등한 국가와 정면으로 맞붙어 싸우는데 최적화 되어 있다는 겁니다. 흔히 미군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첨단 무기와 압도적인 화력은 이러한 전면전에서 빛을 발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 화려한 궤적을 1차, 2차 걸프전에서 유감없이 보았습니다.
 [이것이 정진정명 미국의 힘이다! : 키티호크 항공모함과 미 제 7 함대]
이라크 전에서 미군이 겪고 있는 상황은 정규전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게릴라전! 적은 정규군도 아니고 정면에서 덤벼오지도 않습니다. 싸움도 야전에서 있는 병력을 총 동원하는 전투가 아니라 소수의 병력을 통해 미군의 취약한 부분을 기습한 다음 재빨리 도망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점입가경으로 적 게릴라와 이라크 민간인을 쉽사리 구분할 수도 있는 상황도 못됩니다. 미군이 기지를 거점으로 삼아 패트롤을 나가면 그 순간은 이라크 정부의 실효적 지배하라고 할 순 있지만 미군이 떠나는 순간 다시 게릴라가 날뜁니다. 더더구나 미국의 정치적 삽질로 이라크 민중이 친미 정권에 마음이 완전히 떠나 있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미국은 ‘인민의 바다’ 한 가운데에서 허우적 거리는 지경입니다.
 [숨진 전우를 위해 기도하다]
이지경이면 미국의 압도적인 무력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미군은 이라크 민중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그런데 게릴라 몇 명 잡는답시고 막강한 공군력으로 민가를 쓸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미군은 스스로가 가진 정밀 폭탄의 위력을 너무 믿었고 자주 오폭을 일으켰으며 그 때마다 정치적으로 계속 곤란한 상황에 몰려갔습니다. 소련하고 싸움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온갖 병기로 소련군을 도륙해도, 그 와중에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다 할 지라도 정치적 입장은 훨씬 낫습니다. 막강한 적대국과 국운을 걸고 싸우는 것과 석유 때문에 꼭두각시 정부 놀이 하느라 벌이는 게릴라전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그렇게 좋아하는 공군도 마음대로 못 부르고 스스로의 능력을 크게 억제하면서 싸우게 되었습니다. 숫제 포 차 떼고 장기 두는 꼴이죠.
 [스마트 폭탄의 하나인 JDAM BLU-109]
결국 미군의 힘의 원천인 공군력과 해군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에선 육군의 역할이 클 수밖에는 없습니다. 근데, 아뿔싸. 육군도 게릴라전에는 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 좀 죽어도 대범하게 무시할 수 있는 정치적 상황에서 싸우는데 적합하다고나 할까요. 이게 무슨 소리냐면 2차 대전처럼 막대한 인명 피해가 나도 반전 여론 등에 크게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개인의 인명을 보호하는 장비 확충에 신경을 덜 썼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완전히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라크 전 이전에도 미군은 전투 병력에게 전원 방탄조끼가 지급되었으며 짚차의 일종인 험비도 나름 수류탄이나 권총탄은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장갑을 두르고 있었습니다.
 [전쟁 초기 험비. 머지않아 AK 소총한테 장갑이 치즈처럼 무력하다는 것이 드러남. 강화형 험비가 지급되기까지 한동안 일선 병사들은 고철더미를 뒤져가며 차체를 보강해야 했음]
근데, 이라크 전에선 그 정도론 어림도 없었습니다. 집집마다 AK 소총이 갖추어져 있는 이라크에서 미군은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총탄에 맞아 하나 둘 씩 쓰러져 갔습니다. 방탄조끼가 비록 몸통은 보호하지만 머리는 보호하지 못하며 어깨나 허벅지 팔 등에 맞아도 출혈 과다로 죽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게다가 RPG-7등의 로켓에다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 - 사제폭탄)같은 폭발물이 횡횡하니 하루가 다르게 전사자와 부상자가 속출했고 애시 당초 정치적 명분이 시원치 않았던 이라크 전에 대한 반전 여론이 크게 들고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IED로 박살이 난 험비]
이런 사정으로 미군도 개인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합니다. 방탄조끼 안엔 AK를 막을 수 있는 방탄 패널을 반드시 집어넣도록 하며, 사타구니나 허벅지, 목, 어깨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개조했습니다. 험비도 장갑과 공격력을 크게 증가 시켰죠. 럼스펠드 장관이 잘난 척 하면서 도입한 Midium Army 개념도 수정하여, 진작 퇴출시키려 했던, 크고 무거운 브래들리 보병 전투차량(IFV)도 다시 불러 들였고, 장갑이 약한 스트라이커 같은 IFV는 RPG를 막기 위해 닭장차로 개조해야 했습니다. 거기다 IED나 지뢰 등살에 못 견뎌 MRAP(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 장갑차를 대량으로 도입했죠.
 [이라크전에 도입된 인터셉터 방탄복]
 [시가전에 특화된 중장갑 험비. AK를 막을 수 있으며 특히 전사율이 높은 기관총 사수를 보호하기 위해 방탄 총탑을 설치. 위에 덮은 철사그물은 수류탄을 밖으로 흘러내리게 하기 위한 것]
 [M2A2 브래들리 보병 전투차 : RPG가 동네 참새마냥 날아다니는 상황에선 중장갑의 보병 전투차는 필수]
 [언론의 발표와는 달리 C-130 수송기를 통한 수송성을 강화 시켰을 뿐 첨단하고는 거리가 먼 스트라이커 IFV, 외부 패널이 없으면 RPG 한방에 날아감]
여기에 보병들의 무기도 시가전에 걸맞게 여러 가지 변화를 겪었습니다. 사방이 트인 사막이나 초원과는 달리 시야가 제한되며 어디서 적이 튀어 나올지 모르는 시가전에서 M4로만 버티는 것은 버거웠던 겁니다. 이는 산탄총의 도입 확대와 유탄발사기의 강화, 저격전에 대비한 분대내 저격수 도입(Designated Marksman)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6연발 반자동 산탄총 비넬리 M4. 여기에 폭발 탄두를 집어넣은 산탄의 도입으로 시가전에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함]
 [M4 등 소총에 장착하는 단축형 산탄총, XM-26. 탄창에는 5발이 들어가며 외양과는 다르게 반자동이 아닌 수동식임. 총에서 분리해 따로 사용할 수도 있음]
 [M203을 대체하고 있는 유탄 발사기, XM-320. 마찬가지로 총에서 분리, 따로 사용 가능]
 [남아프리카 공화국 MGL-140을 개량한 M-32 6연장 유탄발사기. 미 해병대 채용]
 [M14을 들고 있는 분대 내 저격수(DM)]
이렇듯 첨단 무기의 활용이 정치적 이유로 제한된 상황에서 미군은 군의 운영을 대게릴라전에 맞게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사실 처음은 아닙니다. 바로 베트남 전에서 똑같이 벌어졌습니다. 게릴라 병력을 상대로 정규군으로 밀고 나가다가 큰 피해를 입은 뒤 뒤늦게 게릴라전에 맞게 교리와 장비를 변화시키는 것 말입니다. 근데 베트남 전이 끝나고 미군은 그러한 교훈을 까맣게 잊어버린 다음 이라크 전에서 부랴부랴 다시 되살리고 있는 형편입니다. 뭐, 원래 삽질은 반복되는 법입니다만.....
 [베트남 전에서 운용되었던 강화형 M113 APC. 사방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관총 숫자를 늘렸으며 사수 보호를 위해 방탄패널 등을 추가로 설치]
4. 장비 도입 절차의 변화
미군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종종 이런 설명에 익숙하실 겁니다. ‘이 레이저 사이트는 병사가 자비로 구입한 것이다’ ‘저격용 스코프는 지급된 물건이 시원치 않아서 제가 직접 구입했죠’. ‘특수부대원이 들고 있는 권총은 직접 구입한 것임’ 아니 세상에 군대 장비를 지급받는 것을 써야지 어떻게 자기 돈 주고 사서 쓰남? 군대 개그로 유명한 부모님께 총 값 부처 달라는 편지가 현실이 되는 요지경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병사들에게 인기 있는 스트라이크 나이프. 물론 자기 돈 주고 사서 써야 한다]
사실 미군은, 특히 특수부대의 경우 장비를 자기 돈으로 직접 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저 있습니다. 권총, 방탄조끼, 파우치, 도트 사이트, 조준경, 나이프, 개머리판, 전투화, 장갑, 군복, 라이트, 포어그립, 보호경 등등..... 하지만 이러한 ‘상식’과는 다르게 미군의 장비 규정은 의외로 까다롭습니다. 군대는 군대인지라 함부로 개인이 돈 주고 사서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특수부대는 그나마 재량권이 부여되지만 정규병의 경우엔 짤 없습니다. 규정상 자비로 구입이 허가된 것만 구입이 가능하며 그것도 중대장 등 일선 지휘관의 승인을 일일이 받아야 합니다.
 [야전 군인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슈어파이어제 라이트. 매우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대신 무지 비쌈]
그런데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이 시작되면서 이러한 장비 규정이 완화되기 시작했으며 이라크전을 겪으면서 그 정도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전쟁이 격화되고 정규전 중심 부대가 대 게릴라전에 적합하도록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일선에서 이거 사 주세요, 저거 사 주세요 하고 닦달하는 장비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정통적인 방식대로 업자들의 입찰을 받아 심사한 후 선정하고 어쩌고 했다가는 1년 가까이 지나야 병사들 손에 들어갑니다. 이러면 전쟁 못하죠. 따라서 일선 병사들의 장비 구입의 재량권을 확대시켜 주고, 중대나 대대에 자체 예산을 배정해 독자적으로 장비를 구입할 수 있도록 방침이 바뀐 것이죠. 방탄복 같은 경우 개인이 자비로 구입했으면 군에서 비용을 보상해주는 경우도 있고요.
 [근데 인수 받은 총에 달려 있으니 신경 안 쓰고 그냥 쓰는 사람도 많음 : 사진은 본문과 상관없는 여군들]
이렇듯 급변하는 전쟁 양상에 대응하기 위해 보병의 장비 도입 절차가 대단히 간소화되었고 일선 부대에 많은 재량권이 주어졌습니다. 덕분에 최전방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필요한 장비를 확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있는 것이 입찰을 통한 것이 아니기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충분한 성능 검토가 없기에 구입한 장비가 문제를 일으키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미군은 이런 ‘사소한’ 문제에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5. 기갑 전력의 왜곡
현재 미군에게 있어 가장 골치 아픈 것은 IED(사제폭탄)입니다. 지뢰, 로켓탄, 포탄, 수류탄, 다이나마이트 등등 이라크에서 소똥처럼 흔한 폭발물을 핸드폰이나 리모콘 등과 결합해서 매우 간단(진짜 간단한가요? 최소한 전 못 만듭니다)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미군이나 상대 파벌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쟁여 놓았다가 목표가 접근하면 멀리서 원격 조작으로 꽝!
 [바그다드에서 발견된 IED]
미군의 인명 피해 중 낮게 잡아도 40% 이상이 IED에 당한 것일 정도이며 명실 공히 전사 원인 NO.1을 찍고 있습니다. 사제폭단이라고 하니 위력이 허접할 것 같지만 폭약무게가 40킬로그램인 것은 기본이고 400킬로에 육박하는 IED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판국입니다. 이러니 맨 몸으로 접근할 때는 물론이고 험비나 심지어 장갑차 안에 있어도 안전을 장담하지 못하는 판국이 되어버린 겁니다.
 [IED에 당한 험비]
IED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미군은 대처 방안을 강구합니다. 처음에는 IED의 폭발력을 단단한 장갑으로 때우려 들었습니다. 험비나 장갑차의 바닥 장갑을 강화시킨 것이죠. 그 결과는? 직접 보시죠.
 [현실은 시궁창]
밑 부분이 단단해지니 폭발이 장갑차 안으로 파고들지는 못하지만 그 충격으로 차체가 뒤집어져 버린 겁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쇼크로 사망하거나 목이 부러져 버리고요. 이렇게 IED에 대한 피해는 커지는데 마땅한 답이 없는 미군에게 구원의 손길을 보내온 곳이 있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들은 오랫동안 반정부 게릴라들을 상대하다보니 1980년대에 이미 지뢰나 IED 등의 폭발물에 잘 버티는 장갑차를 개발해 놓았습니다. 바로 MRAP(Mine Resistant Ambush Protected), 대 지뢰 매복 차량이 그것입니다.
 [미군이 운용중인 남아프리카공화국제 MRAP, RG-33]
MRAP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지뢰를 막는 데에는 장갑의 두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폭발력을 어떤 방향으로 흘려보낼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병사들이 들어가는 차체는 높게 유지하고 바닥은 V자로 뾰족하게 만듭니다. 그러면 폭발력이 양옆으로 빠져나가 위력이 크게 줄어드는 것입니다. 비록 바퀴나 서스펜션은 파괴되어도 병사들은 무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IED에 공격당한 MRAP. 일단 병사들이 탑승한 부분은 무사함]
실제로 MRAP가 IED에 상당히 쓸모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미군은 매우 적극적으로 MRAP를 사들이기 시작합니다. 2007년 한해 동안 무려 6400대를 조달했으며 그것으로도 부족하며 끊임없이 추가 주문을 하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자체의 조달량으론 진작에 택도 없어지자 미국 내에서 라이센스 생산을 하고 있으며 다른 미국 병기회사들도 앞 다투어 뛰어들고 있는 판국입니다. 현재 2010년까지 약 17000대의 MRAP를 도입할 예정인데 한 대에 50만 달러짜리니 매년 30억 달러를 MRAP에만 때려 박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러니 FCS(차세대 전투차량 프로젝트)는 말 할것도 없고 다른 비MRAP 차량의 생산배치 순위도 뒤로 밀려버리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돈이 없거든요.
 [폭발 테스트 중인 미국 포스 프로텍션사의 쿠거]
문제는 MRAP가 대IED 성능을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시원치 않은 장갑차라는 점입니다. 폭발물 대응에 특화시킨 터라 애당초 장갑이나 무장이 빈약한데다 차체가 높아 기동력도 떨어집니다. 장갑이나 무장을 추가시키려 해도 무게 중심이 높아 쉽사리 무게를 증가시킬 수도 없지요. 즉, 무장이나 숫자가 빈약한 게릴라를 상대하는데 적합하지 정규군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기엔 애로사항이 꽃피는 물건이란 소리입니다. 지금이야 쓸모 있지만 향후 이라크 전이 종료된 다음엔 애물단지가 될 공산이 커요.
 [트랜스포머에도 출연했던 미 포스 프로텍션사의 버팔로 H]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니 많은 이들이 MRAP에 올인하는 미군의 행태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에 대한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겁니다. 당장 병사들이 IED에 무더기로 죽어나가고 있는 판에 미군 입장에선 MRAP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거든요(IED를 탐지하는 꿀벌 개발에 천만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10년 후 기갑편제가 어떻게 망가지던 당장 이라크 전부터 해쳐 나가고 봐야 하니까요. 이는 미군이 게릴라전에 대응하느라 구조가 변화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6. 아웃소싱의 확대
미군은 전통적으로 아웃소싱을 활발히 하는 부대입니다. 급식이나, 수송, 군수, 보급품 관리, 건설 등등을 민간에 맡기고 있는 것이죠. 다만 직접 전투와 관련된 부분은 어디까지나 직접 군이 하며 이를 뒤받쳐 줄 병참 부분에만 아웃소싱을 해 왔습니다.
 [남북전쟁 당시 군마의 관리도 민간업체가 했음]
그런데 1차 걸프전과 보스니아 사태 파병 이후 이러한 아웃소싱의 규모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쿠웨이트에 설치한 미군의 대규모 물류기지에 있는 무기나 보급품 관리에 민간업체와 수억 달러의 계약을 체결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발칸반도 같은 경우 군인 9000명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업체 직원 12000명이 고용되었을 뿐 아니라 군비의 10%를 민간업체가 가져갔습니다. 2차 걸프전의 경우 5200명의 직원이 미군을 지원했죠. 아웃소싱 영역도 신병훈련에 모병, 공항이나 관제탑 관리, 공중급유까지 확장되어 왔습니다.
 [비교적 신생 PMC인 미국 KBR의 로고. 이 회사의 모회사는 딕 체니 부통령이 한 때 CEO 였던 곳으로 당시 발칸에 주둔중인 미군 기지의 병참 업무를 독점 3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음]
군의 아웃소싱은 사실 장점이 많습니다. 미군처럼 모병제인 상황에선 병사들의 인건비가 비싸며, 일일이 모든 영역을 다 커버하기 위해 하나하나 부서를 만들고 인력과 장비를 배치하는 것은 시간과 돈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이들을 관리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미국은 세계 방방 곳곳에 기지를 두고 있는데 그 중 규모가 작은 부대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외주를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이런 이유로 아웃소싱의 영역은 여러 방면으로 확장되고 규모도 매우 커졌습니다. 현재 미군은 병사 10명당 1명꼴로 민간직원과 계약하고 있죠.
 [전통적인 PMC인 MPRI 소속 직원이 보스니아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모습]
그리고 2차 이라크 전이 종전되고 미군의 이라크 주둔이 장기화되자, 이라크는 곧 전쟁관련 민간업체의 천국으로 변합니다. 여기서는 기존 미군에선 쉽게 찾아 볼 수 없었던 아웃소싱이 눈에 띄게 되었습니다. 바로 전투요원입니다. 노골적으로 말하지만 ‘용병’이죠. PMC(Personal Military Company)에 소속된 전투요원들은 많은 경우 특수부대 등의 군 경력자고 현지 진출한 민간 업체에서 경호 목적으로 고용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군과도 직접 계약하여 전투 활동도 하는 모양입니다. 그린존 방어나 공병대의 보호에 PMC가 직접 관여하고 있으며 이라크 요인 경호나 이라크 치안 유지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PMC 소속 전투요원들의 보편적 군장. 미 특수부대 출신의 경우 연봉이 10만 달러가 넘어간다고]
흔히 PMC 하면 용병회사 쯤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전투업무는 PMC의 영역 중 일부에 불과하며 수송, 보급, 급식, 훈련 등 다양한 군 관련 업무를 맡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전투업무 중 군사훈련 분야에서는 일찍부터 PMC가 미 정부에 고용되어 왔습니다. 특히 특수부대 같은 경우는 민간이 운용하는 군사 훈련소에 파견되어 훈련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죠. 하지만 이라크 전에서 이들은 민간회사 뿐 아니라 미 정부에도 고용되어 각종 전투 활동에 직접 종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현재 이라크 내에서 직간접적으로 PMC에 고용되어 있는 직원의 숫자는 10만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PMC는 어디까지나 민간업체이기에 여기에 소속된 직원들도 모두 민간인입니다. 따라서 이라크 전에 있어서 미군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거기다 이라크 정부와 미 정부간의 조약상 이들은 이라크 법률에도 치외 법권의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 덕에 현재 이라크에서 PMC에 소속된 전투요원들의 민간인에 대한 불법행위가 빈번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 유명한 것으로 2007년 블랙워터사 소속 직원들이 바그다드 시내에서 민간인 17명을 무차별 사살한 것을 들 수 있죠.
 [아마도 가장 유명할 PMC, 블랙워터사의 직원들]
이런 저런 사건이 빈발하자 ‘미 정부는 PMC에 대한 관리를 하긴 하는 거냐’하는 비난 여론이 거세졌습니다. 거기다 PMC가 엄청난 돈을 받아먹지만 돈값만큼 제구실을 못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요. 하지만 미 정부로서는 PMC를 관리하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우선 수많은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이라크 현지에 고용되어 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장악하지도 못한 이라크 현지에서 이들을 감시하고 재제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그렇다고 PMC의 군사 활동을 금지했다가는 현지 민간기업체의 경호를 이라크 정부군이나 미군이 떠맡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노릇입니다. 이런 가운데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각종 문제점들은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이 현재 미 정부의 태도입니다.
7. 정리
지금까지 이라크 사태에 의해 미군이 받은 영향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조금 뻥을 치자면 2차 이라크 전은 미국의 세계정복 계획의 일환이었습니다. 이라크에 안정적인 친미 정권을 세워 중동을 미국의 영향력 아래 놓는데 성공할 경우 이라크 자체의 석유 뿐 아니라 흑해의 석유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이를 바탕으로 카스피 해나 카자흐스탄까지 미국의 영향력이 미칠 경우 중국과 러시아, 양 대국의 턱밑에 비수를 들이밀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중동과 흑해 바로 위가 러시아이며 동쪽 카자흐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넘어가면 중국이 있음]
그러나 흑해의 석유는 생각보다 경제적 가치가 크지 않은 것이 드러났으며 이라크 자체 유전도 북쪽은 쿠르드 족, 남부는 시아파 민병대 때문에 시원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라크에 안정적인 친미정권은 커녕 그 반동으로 이슬람 원리주의가 중동을 휩쓸 빌미만 주었죠. 설상가상으로 게릴라전에 발목이 잡혀 매년 막대한 돈과 인력을 낭비하고 있고요.
 [이라크전 반대 시위]
이런 문제로 미군이 여러모로 한계에 온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아직까진 결정적으로 망가진 지경은 아니며 조속한 시일 내에 이라크에서 철군할 경우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물론 정치권이 이라크 전을 어떻게 끌고 갈지는 별개의 문제이긴 합니다만. 중요한 것은 한미군사동맹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서 미군이 겪는 어려움이 우리나라와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문제가 장래 한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 점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 두겠습니다.
 [전쟁이 악인 이유 : 미군에게 살해당한 이라크 민간인. 2005년 11월 어느 날, 미 해병대 소속 병사들이 비무장 이라크 민간인 15명을 일방적으로 쏴 죽임. 이 중 7명은 여성, 3명은 아동이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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